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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각자의 달과 6펜스. 「달과 6펜스」리뷰

by 윤자까 2020. 9. 22.

 

우리는 타인의 삶을 얼마나 쉽게 재단하려 드는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읽고, 내게 남겨진 한 문장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글 쓰는 작가이다.
주인공이 스트릭랜드라는 사람과 주변인을 관찰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스트릭랜드는 늦은 나이에 화가로 전향하여 순수하게 그림만을 쫓는 인물이다.
그에겐 타인은 물론이고, 가족도, 심지어 자기 자신의 욕구도 외면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족을 버리고 타국으로 와서 그림을 그리고, 남들의 시선 따위 개나 줘버리라는 인물.
의. 식. 주도 제대로 해결이 안 되는 궁핍한 생활이지만,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감내하는 그런 사람.

"어쨌든 그림을 그려야 하겠다고 말했지 않소. 이건 나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노릇이오. 물에 빠지면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는 문제가 되지 않소. 그 물에서 헤엄쳐 나오든가, 아니면 빠져 죽는 수밖에 없는 것이오." -p.67

"나는 과거를 생각하는 법이 없소. 문제는 언제나 영원한 이 현재일 뿐이오." -p.110

세상에는 진리를 찾는 욕구가 너무나 강해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결국은 그들의 세계 자체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게 되는 인간이 있게 마련이죠. -p.286

주인공은 평범한 독자의 시선을 대변해주는 인물이다.
나도 읽다보면 스트릭랜드의 행동이 이해 안 되고, 화가 나는 장면에서 주인공 역시 감정을 노출한다.
독자의 호흡과 동일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니 읽기엔 수월했지만, 작가의 가치판단이 방해가 될 때도 종종 있었다.
어쨌거나 주인공은 호기심이 많고, 동정심도 있는 인물이다.

도덕적 분노에는 일종의 자기 만족감이 들어 있게 마련이어서, 유머감각을 가진 인간이 분노를 표현하기엔 어쩐지 좀 어색하다. 여간한 배짱을 가지지 않고는 자기 자신의 추태는 보지 않은 채 남의 것만 헐뜯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p.168

그리고 주요 인물 중 한 명으로 스트루브를 꼽아보았다.
스트루브라는 인물이 주는 묵직한 교훈이 내겐 꽤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의 일생은 말하자면 저속한 익살로 만들어진 하나의 비극이었다. -p.89

이 한 문장으로 스트루브란 사람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스트루브는 스트릭랜드의 천재성을 일찍부터 알아봐 준 인물이다.
그러나 그 자신은 그림에 큰 재능은 없었고,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이후, 스트릭랜드에게 자신의 화실을 빼앗기다싶이 넘겨주고, 자신의 아내까지 스트릭랜드에게 빼앗긴다.
모든 것을 잃어도 아내가 돌아올 것을 기다리는 인물.
자신은 재능이 없음을 알아도,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는 인물.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스트릭랜드에 대해서 천재의 삶에 동정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천재란 말이야, 당사자에게는 여간 무거운 짐이 아니거든. 그러니 그런 천재에 대해선 우리 쪽에서 최대한의 아량을 가지고 용납해 주어야 하는 거야." -p.133

 

이렇게 인물들에 대해 정리하고나니, 등장인물 모두는 그냥 각자의 삶에 충실했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모두가 문제 투성이인 삶이다.
마치 작가가 본 스트릭랜드나 스트루브처럼 말이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옆에서 보면 많은 사람들이 문제있어 보인다.

'아, 저 친구는 왜 여기서 지레 겁먹고 포기할까?'
'쟤는 왜 거기서 그런 선택을 한거래? 이해가 안 되네...'

이 이유는 알 수 없다. 이해도 할 수 없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까지 알 수 없다면 말이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삶을 살아가고,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나름의 달이 있고, 각자의 6펜스의 무게는 다른 것이기에.
그 누구도 함부로 평가해선 안 된다.
그 누구의 인생도 평가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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